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 서울 시립 미술관 전시 후기
좋은 기회로 서울 시립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를 보러 갔다.
딱히 미술 전시를 관람하면서 어떤 큰 감흥을 받는다거나 영감을 얻지는 않지만, 늘보 소모임에서 가길래 겸사겸사 따라갔다.
어디서 들은 말인데, 미술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들 마저 없다면 무슨 재미로 사나? 였나? 여튼 미술 전시에서도 얻을 수 있는 느낌들이 있고, 그것들도 여러번 보고 훈련하는 과정에서 또 깊어지는게 있을 것 같아서 따라왔다. 여러번 보고 하면 여기서도 어느날 스파크가 튀는 날이 있겠지.
전시 자체는 무난 했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거의 모르는 채로 간거라, 거의 백지 상태에서 그림을 받아들였다. 초기 호퍼의 어둡고 음울한 느낌부터, 결혼후 후기에 밝아지는 화풍까지.
다만 전시회장 넓은 것에 비해서 그림이 너무 없었다. 원작이 아니라 습작만 가져다 놓은 그림도 있었고, 거의 대부분이 스케치 습작들을 걸어놨다.
사진이 없던 시절이라, 그때 그때 그리고 싶은 느낌을 빠르게 스케치 해두고, 작업실에서 그 느낌을 떠올리면서 완성을 했을텐데, 그 유화에서 느껴지는 오묘한 감정을 사진이 아닌 상상으로 채워 넣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삽화나 드로잉 스케치에서는 확실하고 정확한 묘사를 한 것에 비해, 완성된 작품에서는 정밀한 묘사보다는 마치 해상도 떨어지는 사진처럼 뭉뚱그려서 분위기를 표현했다.
세상이 바뀌어 가면서, 느끼는 감정도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예전에는 사실적인, 사진과 구별이 안되는 극 사실수의 그림을 보고, 진짜 대단하다 라는 감정을 느꼈었다. 어떻게 이런 그림을 그릴까. 스킬이 진짜 대단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면 지금은 어떤가?
chatgpt가 나오고 인공지능 이미지들이 인스타에 범람한다. 요새 보면 ai 이미지로 만들어 놓고, 마치 실제 사람인 것처럼 인스타 포스팅을 하는 계정들이 넘처난다. 이쁘고, 야하게 입은 여자인냥 넷카마짓을 하고 있는게 뻔히 보이는데도, 댓글을 보면 아는지 모르는지 파닥파닥 어장에 들어가있는 남자들이 넘친다.
이제 스킬은 사람 손과 인공지능이 차이가 없어졌다. 앞으로는 인공지능이 채울 수 없는 어떤 상상력을 그림에 넣을 수 있는가? 부분이 작가를 만드는 전부가 되지 않을까?
그림은 이제 컴퓨터가 더 잘 그리는 시대가 되었으니, 컴퓨터가 못하는 부분을 사람이 찾아야겠지.
그런 점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은 화려한 스킬과 묘사보다 상상력과 분위기를 담아냈다는 점이 좋았다.
17000원 입장료가 아쉬운 그림 수였지만, 90분짜리 다큐까지 본다고 한다면, 풍족한 전시회 일 것 같다.
더불어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다양한 체험을 한다는 건 중요한 것 같다.
앞으로도 종종 미술관을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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